I Didn’t Start Using AI to Learn AI
나는 AI 전문가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AI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내가 AI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훨씬 현실적이었다.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고, 군 복무 중에는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했었다. 전역 후에는 IT 관련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과 새로운 삶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하면서 내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하우스키핑 일을 했다. 이후 건설 현장에서 브릭레이어 헬퍼(Bricklayer Helper)로 여러 해 일했고, 영주권을 받은 뒤에는 Class 1 상업운전 자격으로 트럭을 운전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도로 위에서 일하며 가족의 삶을 만들어왔다. 수입도 높고 가족의 삶의 질 또한,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그러다 2024년 10월, 미국 I-90에서 큰 교통사고를 겪었다.

Oct xx, 2024( I-90 accident)
그 사고 이후 내가 상대해야 했던 것은 사고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보험회사, 의료기록, 경찰기록, 법원 문서, 각종 클레임, 법률 용어, 미국 국내법, 캐나다 국내법, 양국의 보험 관련법, 그리고 수많은 이메일등…
서로 다른 역할과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기관들이 한꺼번에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내가 알지 못했던 제도와 절차가 끊임없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서로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영어였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제도와 낯선 언어 사이에 혼자 남겨진 듯한 순간들이 있었다.
무엇이 중요한지조차 알기 어려웠고, 어떤 문장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내가 내려야 할 판단도 달라질 수 있었다.
그때마다 끊임없이 내 질문을 받아주고, 다시 설명해주고, 내가 보내야 할 글을 정리해주던 도구가 있었다.
그것이 내 옆에 있었던, 내 생활속에 같이 있었던 AI였다.
처음에는 영어 때문에 AI를 사용했다
처음 AI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영어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에게 이것은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었다.
보험과 법률, 의료와 행정에 관한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내가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판단이 달라지면 실제로 내가 취하는 행동과 그 결과까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영어 문장의 뜻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이해해야 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AI를 사용했다.
영어로 받은 이메일을 스크린 캡처하거나 복사해서 AI에게 보여주고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이야?”
그리고 내가 한국어로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작성한 뒤 다시 물었다.
“내가 작성한 이 한글 내용을 영어 이메일로 작성해 줘.”
모르는 보험 용어나 법률 용어가 나오면 또 물었다.
그게 전부였다.
당시 나에게 AI는… 특별한 지능도, 분석가도, 전략가도 아니었다.
번역기와 조금 더 똑똑한 검색 도구에 가까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번역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점점 복잡해졌다.
한 통의 이메일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어제 받은 이메일과 오늘 받은 이메일의 내용이 미묘하게 달랐다.
몇 달 전 누군가가 했던 설명과 지금의 설명을 비교해야 했다.
어떤 문서를 언제 제출했는지 기억해야 했고, 의료기록이 만들어진 시점과 보험회사가 어떤 판단을 내린 시점을 연결해서 볼 필요도 생겼다.
경찰기록과 법원기록을 읽어야 했고, 서로 다른 보험제도와 여러 클레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이해해야 했다.
문제 하나를 이해하면 그 뒤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그러면서 내가 AI에게 던지는 질문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뜻이야?”
라고 물었다.
그러다가,
“지난번 답변과 이번 답변은 무엇이 다른가?”
라고 묻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나서는,
“이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그 근거를 원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가?”
“날짜순으로 놓고 보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가?”
“반대편에서는 이 사실을 어떻게 주장할 수 있는가?”
라고 묻기 시작했다.
내 질문 자체가 변하고 있었다.
현실의 문제를 풀다가 AI를 배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나는 AI 사용법을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AI 강의를 듣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좋은 프롬프트를 만들기 위해 AI를 사용했던 것도 아니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질문하다 보니, 어느 순간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게 AI가 하는 역할도 달라졌다.
Translator → Research Assistant → Analyst → Record Organizer → Verification Tool → Reasoning Partner
처음에는 문장을 번역했다.
그다음에는 정보를 찾고 설명하게 했다.
그다음에는 여러 기록을 비교하게 했다.
시간순으로 자료를 정리하게 했고, 서로 다른 문서 사이의 연결점을 찾게 했다.
그리고 점차 AI가 제시하는 답 자체를 다시 검증하는 데에도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AI는 언제나 옳지 않았다
AI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이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AI는 언제나 옳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상당히 확신에 찬 표현으로 잘못된 답을 내놓기도 했다.
내 질문 속에 잘못된 전제가 들어 있으면 그 전제를 그대로 따라가며 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내가 듣고 싶은 방향으로 질문하면 그 방향의 논리를 더욱 강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답을 보면서 단순하게 생각했다.
‘AI가 틀렸다.’
그런데 계속 사용하다 보니 조금 다른 것을 보기 시작했다.
왜 AI는 그런 답을 했을까?
내가 어떤 정보를 주었는가?
어떤 정보를 주지 않았는가?
내 질문에는 이미 어떤 전제가 들어 있었는가?
이전 대화에서 만들어진 맥락이 지금의 답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그리고 왜 그 상황에서는 그런 방향의 답이 만들어졌는가?
나는 조금씩 AI가 답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AI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AI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AI와 점점 익숙해졌다.
답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을 배우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AI에게 좋은 답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I가 어떤 답을 주었다면 다시 물어야 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원문은 실제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날짜는 맞는가?
내가 제공한 자료와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가?
다른 해석은 가능한가?
내가 원하는 결론 때문에 AI의 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나는 또 다른 것을 배워야 했다.
AI에게 답을 받는 방법이 아니라, AI의 답을 검증하는 방법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AI를 사용하는 방식은 다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원문과 기록으로 돌아가 확인하고, 반대 질문을 던지고, 다시 비교하고, 틀린 부분을 수정하게 했다.
그리고 필요하면 처음 질문 자체를 다시 만들었다.
AI는 나 대신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더 잘 판단하기 위해 함께 사고하고 검증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기록을 시작한다
이 사이트는 바로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었다.
나는 여기서 완벽한 AI 사용법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 프롬프트 하나만 사용하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은 조금 다르다.
실제 삶의 복잡한 문제 속에서 한 사람이 AI를 어떻게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어디에서 AI의 도움을 받았고, 어디에서 실패했는지.
AI가 틀렸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내 질문이 잘못되었을 때 어떻게 질문을 바꾸었는지.
수많은 문서와 기록을 어떻게 연결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모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AI뿐 아니라 나 자신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그 과정을 기록하려 한다.
앞으로 이곳에는 내가 실제로 겪었던 여러 순간들이 등장할 것이다.
처음 영어 이메일 한 통을 번역했던 순간부터, 서로 다른 기록을 비교하고, 긴 시간의 흐름을 재구성하고, AI의 답을 다시 검증하기 시작했던 순간까지.
성공한 방법만 기록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 질문했던 순간도, AI의 답을 너무 쉽게 믿었던 순간도, 다시 처음부터 검증해야 했던 순간도 기록하려 한다.
그리고 각각의 실제 경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려고 한다.
내가 겪은 하나의 사건을, 다른 사람도 자신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이 기록을 계속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것이 시작이다
나는 AI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리고 AI를 배우기 위해 이 길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낯선 나라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생의 큰 위기를 맞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AI는 나에게 번역기에 불과 했다.
그러다 검색 도구가 되었고, 기록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분석하고 검증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어쩌면 AI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AI에게 질문하는 나의 방식이 변했고, 정보를 바라보는 나의 방식이 변했으며, 문제를 생각하는 나의 방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AI를 배우려고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를 배우게 되었다.
그것이 이 기록의 시작이다.
Comments
2의 “E/P 1 나는 AI를 배우려고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다”에 대한 답변
이 댓글 용도가 무엇인가요? AI 관련된 문의점을 문의 하는곳? 아니면 오빠의 경험에 대한 코멘트?
내가 AI 전문가라는 의미는 아니야. 오히려 내가 직접 겪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AI를 배우고 사용하기 시작한 과정을 기록하는 공간이 되길 바래.
단순히 AI 기술(?)이나 기능을 소개하는 블로그라기보다, 실제 우리들의 삶 속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고, 어떤 질문을 던졌고,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를 경험 중심으로 남기려고 해.
앞으로는 내가 실제로 사용한 방법이나 도구들도 하나씩 소개할 생각이고, 이 기록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AI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자기 문제에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