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사고 후 호텔에 머무는 동안 본격적으로 AI에게 내 사고에 대해 물어 보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 직후,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운전하던 차량은 비록 내가 owner-operator였지만 사고후 견인이 되어 있었고,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교통편도 없었다. 게다가 당시 나는 혼자 판단해서 움직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회사의 통제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단 사고 근처 호텔을 잡아주었고 나는 그곳에서 약 5일 동안 머물렀었다.

돌이켜보면 그 5일이 내가 AI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첫 시간이었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정신이 없었고, 사고 현장에서는 경찰의 질문에 답해야 했으며, 회사와 연락해야 했고,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제대로 정리할 틈도 없이 계속 다음 절차를 따라가야

했었다. 그런데 호텔방에 혼자 남게 되자 그제야 사고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기 시작했고, 동시에 앞으로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불안도 조금씩 커져만 갔었다.

나는 내가 운전하던 큰 상업용 차량과 상대편의 작은 차량이 충돌했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었다. 상대 차량 쪽의 인명피해가 더 컸기 때문에, 실제 사고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가와는 별개로 결과만 놓고 보면 내가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다고 내가 사고 원인에 대해 애매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나는 상대편의 잘못이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내가 큰 차량을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사고의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형사 변호사까지 필요하다고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나는 교통법규 위반 티켓을 하나 받았었다.

호텔방에서 그 티켓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으니 생각이 복잡해졌었다.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잘못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경찰이나 법원이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를 바라본다는 보장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사고에는

인명피해가 있었고, 나는 그 당시 미국의 교통법이나 형사절차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거의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나는 티켓을 사진으로 찍어 AI에게 upload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질문은 전문적인 법률 질문이라기보다는 아주 현실적인 것이었다. 이 티켓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 법원에 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사고에

인명피해가 있는 상황에서 이 교통법규 위반이 나에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지등을 물었었다.

AI의 답변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그전까지 나는 사고의 원인만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잘못이 더 큰데, 내가 왜 형사 변호사까지 필요하지?’ 라고 내 생각은 거의 그 정도였다.

그런데 AI가 설명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내가 사고에 대해 어떤 판단을 가지고 있는 것과 실제 법적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고, 특히 인명피해가 있는

큰 사고에서 교통법규 위반 티켓까지 받은 상태라면 사건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스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처음부터 형사사건이나 중대한 교통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를 통해 나를 대변하고 방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말을 보고 나서 내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 했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법적으로 나를 제대로 방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었다.

게다가 영어가 내 모국어가 아닌 상태에서 미국의 법원 절차를 혼자 이해하고 대응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AI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담당할 수 있는 형사법 변호사들을 찾아달라고 했고,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경험이 많은 사람, 그리고 될 수 있으면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아달라고 했다.

그전까지 내가 인터넷 검색을 할 때는 보통 검색창에 몇 개의 단어를 넣고 홈페이지를 하나씩 열어보는 정도였다. 그런데 AI를 이용하니 내가 원하는 조건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 사건의 성격, 교통사건과 형사법 경험, 그리고 한국어 가능 여부까지 조건을 넣어서 후보를 찾아달라고 했고, AI는 그 조건에 맞는 변호사들을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나는 그 정보를 하나씩 확인하면서 직접 연락을 시작했다.

그리고 추천된 사람들 가운데 한 분과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연결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변호사님이 이후 법원 절차에서 나를 대변해주었고, 내가 혼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AI가 내 사건을 해결해준 것은 아니었다.

법정에서 나를 변호한 것은 AI가 아니었고, 최종적인 법률 판단과 그에 대응한 사람은 변호사였다.

하지만 AI가 없었다면 나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검색했을 것이고, 어떤 종류의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여러 사무실에 무작정 연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그 방법도 좋은 변호사를 찾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 호텔방에 혼자 있으면서 영어도 익숙하지 않았고 미국 법률 시스템도 잘 몰랐던 상황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AI의 도움이 컸다.

당시의 나는 AI를 무슨 대단한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를 물으면 답을 주는, 조금 더 편리한 검색도구 정도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호텔방에서 티켓 사진 하나를 올리고 시작했던 그 질문이 내가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바뀌기 시작한 첫 지점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AI의 답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AI가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준 것이 아니라,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보여주었고, 실제 전문가에게 연결될 수 있도록 길을 좁혀주었다.

그게 내가 처음 경험했던 AI의 실제적인 힘이었다.

나는 질문했고, AI는 상황을 정리해주었고, 나는 그 설명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위험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AI를 이용해서 필요한 전문가를 찾았고, 결국 실제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단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시작이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호텔방에서 티켓 하나를 들고 AI에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던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AI에게 수십 장의 문서를 읽히고, 서로 다른 날짜의 기록을 연결하고, 상대방의

답변에서 모순을 찾고, 몇 달 전의 질문과 오늘의 답변을 비교하면서 사건 전체를 다시 구성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의 AI는 나에게 변호사가 아니었다. 변호사를 찾아가는 길을 처음 보여준 하나의 도구였다.

그리고 그 작은 경험 때문에 나는 그다음 문제가 생겼을 때도 다시 AI를 찾게 되었다.


※ 당시 기록의 공개본에서는 관련 당사자의 개인정보, 구체적인 지역 정보 및 일부 민감한 사고 내용을 보호하기 위해 비식별화·편집했습니다. 원본 기록은 변경하지 않고 별도로 보존하고 있으며, 공개본은 당시 질문과 답변의 핵심 의미를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집했습니다.